어디서 내리는 걸까.
물이 뭉쳐서 자유낙하 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하늘이 운다는 등의 상상력보다
이성을 먼저 들이밀어 버리면
주차장에 차 대야지 옷 뭐 입고 가지
같은 동심을 잃어버린 반응을 하게 될 것 같다.

비가 오는 것이 좋다.
우산이 의미없을 정도로 젖어버리든
다들 우산을 쓸 때 웃으며 후드를 덮어쓰든
천둥과 번개가 길거리의 학생을 놀리키든
상관 없다.

비가 오면 기억이 추억이 되지 않나.
하늘이 흑백이 되면 봐야 할 것들만 컬러가 된다.
이유없이 달라진듯한 기분이
잔뜩 찡그린 하늘을 처음 만나면
뭔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대감이 아직도 있다.

물론 너무 울어대면 질릴 것이면서도,
하늘에서 물떨어져서 싫다는 생각보다 기대감이 크면
아무래도 상관 없어지는 것 같다.

우산을 들고 나오지 않아 계단을 두 번 오르내렸다.

 

//202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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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계 프랑스 가수 Amir Haddad
아는 사람은 2020 All or Nothing 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https://youtu.be/IDkOg4IA7Fo


이번 곡은 Freak of Nature
군 복무 중에 알게 되었다. 주제가 사랑이 아니라 끌려서 들었다.

세상과 다른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스스로에게 다른 면이 있다는 점,
이것을 부정하지 않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높은 음들에 거칠지만 거부감 없는 음색을 입혔으며,
빨려드는 사운드와 강렬한 비트가 이 곡을 다시 듣게 한다.

https://youtu.be/7DT_zPiZbyc
어쿠스틱 버전도 있다고 하니 들어보자.

 

 

I'm a dark soul but a good man

 

 

(가사의 일부)

사랑이 주제가 아닌 곡들은 희귀하다.
쾌락을 다루는 작품을 제외하면 많이 줄어들기도 한다.

이런 곡에 끌리는 이유는
어두운 영혼이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인 것 같다.
동질감이 느껴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을 보니
내 영혼도 아무래도 어두운가보다.

// 20230605


 

오픈런 유저이지만 리세마라 뛴다고 하루 늦어버린 범부여...

시간이 많이 흘렀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닿지 않을 이상을 안고 이상하리만치 발버둥을 치는 것은
존재가 허무해서 - 따위의 무시를 받기에는 너무나 고귀하다.


돌아오지 않을 열정을 기억 저편으로 밀어두고 살았던 이유는,
마음보다 세상이 더 차가워져서 냉기가 계속 느껴지기 때문인 것 아닐까.

조명이 들어오지 않은 스테이지는 차갑지만 그 열기는 느낄 수 있다. 마음이 뜨거울수록 차갑게 생각하는 능력이 필요해진다.

이 둘을 읽을 수 있는 삶이 얼마나 축복받은 것인지, 얼마나 저주받은 고통이 있어야 이 축복이 새겨지는지 생각해 봤기를.

추하게도 기록을 남기는 것은
'의미도 없이, 잊혀지기 싫은' 순수한 욕심이겠다.
그래도 시간을 남겨서 거울이 되고 이정표가 되어
중요한 순간에 내가 살아있음을 깨닫기를 바라면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에게 전해지는 것이 있기를 바라면서.


평생 삶의 의미를 고민하며 살아가면서
그 고통을 반복하다 삶이 끝날 것을 감지해본 그대에게

이 발버둥이 닿아 위로가 되어
조금 더 편하게 쉬고 더 강하게 나아가기를 바라며.


우선 나 자신에게 그런 동기가 되기 위해.

// 202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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