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 시간이.
어제가 700일이였다.
어리고 부족한 내가 누군가를 길게 만난다는게 점점 현실로 다가온다.
막연히 성욕에서 시작했을지도 모르지만,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던 타인을 이렇게 깊게 만날 줄이야.
복잡하고 칙칙하다고 생각했던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말도 안 된다.
만나기 전에는 치고받고 쉽지 않았는데.
이렇게 길게 만나면서 다른 커플들이 흔히 싸우는 문제들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롤하다가 몇번 고생했는데, 지금은 건전하게 즐기고 있다.
양쪽 다 적당히 상처받은 경험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만났다.
내 경우에는 어리고 못난 사람이던 과거가 있었지만, 뭐. 군대가 그렇다.
고등학생때 이성 알빠노 하던 내가 친구들에게 연애상담을 하고 있다니.
결혼 가장 먼저 하는 애들들 특징 같은 것들이 들어맞나보다.
아무런 얘기 없이 퇴근시간 일터에 쫓아가서 꽃을 쥐여줬다.
몇번 갔던 식당에 가서 먹던 메뉴를 먹었다.
이제는 헤어진다는게 무섭다.
누군가를 잃는다는게 그렇게 두렵다.
점점 어른이 되고 있다.
언제까지나 어리게 살고 싶어 하는 것은 욕심이구나.
/202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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