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많이 흘렀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닿지 않을 이상을 안고 이상하리만치 발버둥을 치는 것은
존재가 허무해서 - 따위의 무시를 받기에는 너무나 고귀하다.
돌아오지 않을 열정을 기억 저편으로 밀어두고 살았던 이유는,
마음보다 세상이 더 차가워져서 냉기가 계속 느껴지기 때문인 것 아닐까.
조명이 들어오지 않은 스테이지는 차갑지만 그 열기는 느낄 수 있다. 마음이 뜨거울수록 차갑게 생각하는 능력이 필요해진다.
이 둘을 읽을 수 있는 삶이 얼마나 축복받은 것인지, 얼마나 저주받은 고통이 있어야 이 축복이 새겨지는지 생각해 봤기를.
추하게도 기록을 남기는 것은
'의미도 없이, 잊혀지기 싫은' 순수한 욕심이겠다.
그래도 시간을 남겨서 거울이 되고 이정표가 되어
중요한 순간에 내가 살아있음을 깨닫기를 바라면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에게 전해지는 것이 있기를 바라면서.
평생 삶의 의미를 고민하며 살아가면서
그 고통을 반복하다 삶이 끝날 것을 감지해본 그대에게
이 발버둥이 닿아 위로가 되어
조금 더 편하게 쉬고 더 강하게 나아가기를 바라며.
우선 나 자신에게 그런 동기가 되기 위해.
// 202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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